친환경 농업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 많은 분들께서 '유기농'이라는 단어에 친숙하실 것입니다. 유기농 인증은 소비자에게 농산물의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보장해주는 지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현재의 유기농 인증 체계가 친환경 농업의 본질적 가치, 특히 '지속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충분히 신뢰할 만한 기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기농 인증의 기준, 얼마나 현실적인가?
유기농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일정 기간 동안 농지의 전환 기간을 거쳐야 하며, 인증 기관의 검사와 문서 관리도 요구됩니다. 이러한 기준은 분명 농업의 환경 영향을 줄이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유기농 인증은 '무엇을 사용하지 않았는가'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부재를 강조하면서도, 그 외에 농법 자체의 지속 가능성, 예를 들어 물 사용량, 에너지 효율, 토양 보존 정도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인증을 받은 유기농 농산물이 실제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생산되기도 합니다.
제도 안에서 소외되는 소농과 현실적 어려움
유기농 인증은 표면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제도이지만, 실제로는 소규모 농가와 영세 농민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인증 절차의 복잡성과 비용 부담, 그리고 행정적 자원의 부족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기농 인증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많으며, 결과적으로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고 있음에도 제도 밖에 머무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증 유지비용과 행정 부담
유기농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토양을 관리해야 하며, 매년 인증기관의 실사를 받고 관련 서류를 작성·보관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는 연 수십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서류 준비나 사후 관리에 드는 행정적 시간과 노동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에서 2천 평 규모로 친환경 재배를 하는 한 소농은 “농사는 짓는 것보다 서류 정리하는 게 더 힘들다”며,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 컴퓨터 작업을 밤늦게까지 하곤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처럼 인증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행정적 여건의 부족은 고령 농민이나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농가일수록 더욱 큰 부담이 됩니다.
대규모 농장과의 불균형
반면, 자본과 인력이 풍부한 대규모 농장은 전문 인력과 체계적인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쉽게 유기농 인증을 획득하고,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경기도 일대의 한 대형 유기농 기업은 전체 생산 면적의 30% 정도만 유기농 방식으로 운영하면서도, 전체 브랜드에 ‘유기농’을 강조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줄 뿐만 아니라, 진정성 있게 유기농을 실천하는 소규모 농가의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공동체 기반 소농의 역할 재조명 필요
친환경 농업의 본질은 단순한 생산 방식의 전환이 아닌, 지역 공동체와의 상생, 생물 다양성 보전, 순환 농법의 실천에 있습니다.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소농들은 유기농 인증과는 무관하게 실제로 매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인정은커녕 시장에서도 제값을 받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따라서 인증제도가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진정으로 장려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비공식적이지만 의미 있는 농업 실천을 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업을 위한 인증 체계의 방향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기농 인증의 기준을 단순히 '무첨가'의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전반적인 농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양 건강 지표, 생물 다양성 유지, 지역사회와의 연계, 에너지 소비량 등의 지표를 추가함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평가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생태계 기반 인증이나 다원적 농업 가치 평가 지표처럼, 단순히 생산 방식만이 아니라 사회·경제·환경적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농업이 지역 환경과 공동체에 어떤 긍정적 기여를 하는지까지 가시화할 수 있다면, 인증 제도는 단순한 소비자 신뢰의 도구를 넘어 농업 생태계 전반을 건강하게 만드는 하나의 정책적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증 체계의 구조 자체도 보다 유연하고 참여적인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지역 단위의 공동 인증 제도나 농민 조합을 통한 자율 평가 시스템 등을 도입하면, 행정 부담은 줄이면서도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소규모 농가들이 협력하여 공동 인증을 받는 방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비용 부담을 낮추고 지역 내 신뢰 기반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도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드론이나 센서 기술, 위성 이미지 분석 등을 통해 토양 상태나 작물 생육 상태를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농민의 노동 부담을 줄이면서도 인증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고령 농민이나 영세 농가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도록 공공부문이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중심에 '농민'이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인증 체계는 상향식 기준 적용이 주를 이루었지만, 앞으로는 농민의 현실과 경험, 그리고 그들이 실천하고 있는 지속 가능성의 방식을 제도에 반영할 수 있는 하향식 참여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유기농 인증은 단순한 라벨이 아니라, 진정한 친환경 농업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유기농 인증은 친환경 농업을 추구하는 데 있어 유용한 도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 인증이 곧 절대적인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다는 믿음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증 체계는 시대와 환경 변화에 맞게 계속해서 진화해야 하며, 다양한 농민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포용적이고 유연한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먹는 한 끼가 환경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더 나은 농업의 미래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업을 위한 고민은, 결국 우리 모두의 식탁 위에 있는 이야기입니다.